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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집에서

일상사 2009/05/23 14:50
알바하는 도중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소식을 들었다.
오전 내내 침통한 분위기로 일을 끝내고 점심을 먹으러 설렁탕집에 갔다.
TV에서는 SBS뉴스가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소식을 속보로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었다.
한쪽 구석자리에 앉아서 설렁탕을 시키고 뉴스를 계속 보고 있었다.

내 옆 테이블로 60세는 족히 넘어보이는 할아버지께서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잘생긴 손자와 함께 설렁탕을 먹으러 들어왔다. 100년이나 된 설렁탕 집이었기에 연세가 많은 노인분들이 대대분인 가게인데 초등학교 꼬마가 들어오니 참 재밌는 광경이었다.

꼬마와 할아버지는 설렁탕을 기다리며 뉴스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해 나갔고, 노무현 전대통령의 이야기가 꼬마의 입에서 나와 귀를 기울이고 듣기 시작했다.

김구,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박연차, 노무현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정치적 식견을 보여준 꼬마의 지적수준에 굉장히 놀랐고, 대부분의 노인들 처럼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할 것이라는 나의 생각을 무참히 깨준 할아버지의 정치적 성향에 또 한번 충격을 주었다.

할아버지는 꼬마에게 김구때부터 지금까지 대통령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꼬마는 명예와 재물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할아버지의 기억과 의견을 끌어내었다.
할아버지는 노무현에 대해 역대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그래도 '명예를 지킨'사람이라고 높게 평가를 하며 손자에게 이러한 것을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하였다.

뜻하지도 않은 곳에서 할아버지와 꼬마의 대화 모습을 통해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도 않은 어른의 역할과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내가 닮아야할 노년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참으로 고마운 시간이었다.

카메라만 있었으면 그 대화장면을 찍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어 참 아쉬웠다. 영화속에서만 있을법한 설정과 모습이 눈앞에서 벌어지니 참 느낌이 묘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기억에 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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